지난 주는 방학의 마지막을 불태우느라 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학기는 입학한 이래 정정을 가장 많이 한 듯 하네요.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이 둘, 그리고 꼭 듣고 싶은 강의가 둘 있어서 거기에 맞추느라 강의를 넣었다 뺐다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론 흡족스러운 21학점 주4 성립.
아, 그리고 오늘 세계수의 미궁 3와 로로나의 아틀리에를 예약했습니다. 물론 모두 북미판이고, 전자는 아마존 예판, 그리고 후자는 NISA 1000개 한정판으로요. 깨진 금액은 나와 내 계좌만 아는 비밀. 예약 기념으로 세계수 블로그 파츠도 달아봤습니다. 길드명은 전작의 그것을 그대로 썼지요. 게임에 관해선 예습한 바가 전혀 없는 고로 외관만 보고 파티를 구성했네요. 사실 전작 때도 크레센트는 외모지상주의 길드였습니다 ㅋㅋ
추석 전까지 디스가이아를 클리어하고, 추석에는 세계수를 달릴 생각을 하니 그저 즐겁군요~
오랜만에 글을 쓰다보니 잡담이 길었네요. 자, 그럼 다시 여행기로:
새벽 6시 즈음에 삿포로 역에 도착했습니다. 자다가 일어나려니 힘들었지만, 열차 밖으로 나가는 순간 북국의 추위에 잠이 다 달아났지요.
삿포로 역도 많은 열차가 교차하는 곳인 만큼, 역과 JR 타워 등의 각종 상업 시설이 결합되어있는 형태였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전부터 숙소에 체크 인 했을 거 같진 않고, 코인 로커에 짐을 두고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싶군요.
눈이 펑펑- 제 디카가 전천후 사양임을 확인한 것도 저 때였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겨울 내내 저런 레벨로 눈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일본인들 대상으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언제나 삿포로가 1위에 뽑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계절은 쾌적할 거 같기도 하군요. 그러고보니 홋카이도는 겨울에 한 번, 여름에 한 번 가봐야 한다고 예전에 학교 일어 강사 분이 그랬던 기억도 어렴풋이.
이미 양말까지 다 젖은 상태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 북해도 도청. 19세기 말, 북해도 개척 시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지금은 개척사나 북해도 문화와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외관과 인테리어도 흥미롭더라구요.
타지에서 보는 한글은 언제나 정겹습니다.
내부는 이런 느낌. 곳곳에 새겨진 문양이나 장식은 많이 낡아서 광택이 없더군요. 더러는 무식하게 페인트로 덮어버린 경우도 있어서 보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구 홋카이도 도청에도 예외없이 그림을 그리는 노인들이 있었습니다. 절대적으로 뭐가 낫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고스톱으로 소일하는 것보단 나아 보였습니다 'ㅅ`
제일 우측은 홋카이도 도기입니다. 별이 북극성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면 삿포로 맥주에도 별 문양이 있죠?
개척기의 지도가 여럿 있었는데, 위성도 없는 시대에 옆 나라에선 저런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지금은 작년 모 교수님의 관련 강의 내용이 생각나서 더욱 심란..
문고리 밑의 열쇠 구멍이 또 앤티크. 곰팡내나도 좋으니까 나중에 저런 집에서 살고 싶네요. 가운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삿포로는 철저한 계획 도시입니다. 북미 주요 도시들도 울고 갈 정도로 철저한 바둑판 배열이죠. 후의 여행기에 올릴 전망대 샷을 (대단한 건 아니지만) 기대해주세요.
음, 도지사실, 혹은 총독실 정도가 적절한 표현일까요? 도청 주변이 아직 허허벌판이었을 당시, 총독은 저 방에서 눈 내리는 창 밖을 내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북해도 곰 카레가 그렇게 역겹다면서요? 개인적으론 카레의 질감과 뒤섞여 역겨움이 가중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곰고기 바베큐, 이런 거 있으면 신나게 먹을 거 같은데 말이죠. 우측 사진의 눈토끼는 평범한 집토끼보다 덜 멍청해보이는 게 마음에 듭니다. 여우도 긔엽긔.
관람을 마칠 때쯤 되니 적절하게 눈발이 약해져서 다시 한 번 찍었습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홋카이도 대학 식물원. 원래 여행을 가면, 생전 찾지 않던 곳도 가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그렇게 찾아간 곳도 겨울이라 휴관. 그래도 온실은 운영 중이라 다행이었죠.
믿거나 말거나 폭설 속의 온실이라는 게 은근히 운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도 역시나 그림 그리는 어르신들이 다수.
식물원을 나와서는 친구와 만나 홋카이도 대학에 갔습니다. 여행 전 친구가 심취했던 모 애니(및 소설)의 등장인물이 저 곳 출신이라나요 ㅋㅋ 우선 학생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주문 방식이 영 어색해서 푸짐하게 시키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네요 'ㅅ` 가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싸지는 않았던 거 같고, 메뉴는 정말로 다양했습니다. 일식, 중식, 양식 모두 있었지요.
저 식당 한복판에서 FM을 하면 얼마를 주겠다, 분명 너희 학교 출신 유학생이 있어서 호응해줄 거다, 같은 농담을 서로 주고 받으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수증에 열량이 찍혀나오는 부담스러운 시스템도 갖춰져 있었지요. 그나저나 이 나라 대학생들도 관심사는 비슷한가봅니다.
잘은 모르지만 유명하다는 북해도 대학의 포플러 가로수길. 겨울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 쓸쓸하기만 합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입니다.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이지요.
맥주 제작 과정, 그리고 그 역사와 같은 전시물들을 가이드의 리드 하에 관람하게 되어있습니다. 촬영 금지였던 거 같진 않은데, 어째 사진이 별로 없네요.
마지막에는 분위기 좋은 (유료) 시음장이 있지요. 당시에 한 잔도 안 마신 것이 또 실수.
저녁 식사는 징기즈칸 요리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양고기 뷔페죠. 우리나라 고기 뷔페와는 달리, 철저한 시간제로 테이블에 타이머가 달려있습니다 'ㅅ` 아마 고기와 맥주만 무제한이고, 나머지는 통상보다 더 비싸게 받았던 것 같네요. 밥 한 공기에 한 300엔 했던 거 같은데, 저는 밥이 없으면 고기를 못 먹죠 ㅋㅋ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 중의 몇 안되는 호화 식사 중 하나였습니다.
저희가 갔던 곳은 기린이 운영하는 곳으로, 공연장 같은 곳을 개조한 느낌이었습니다. 앞에 무대도 있고 말이죠. 고기 굽는 연기로 시야가 흐릿했던 게 기억 나네요.
삿포로에서의 숙소. 이곳의 트윈 룸은 재밌게도 'ㄷ'형이어서 나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었습니다. TV 같은 편의용품도 각각 있구요. 별로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끼리 출장 온 경우를 위한 배려일까요 ㅋㅋ
찾은 곳은 몇 군데 없는데 이상하게 올린 사진이 많군요 오늘은.
18일차는 오타루, 그리고 삿포로 시내 관광입니다~